정말 잘 할 자신 있습니까?

– 지방의회의원님들께 드리는 글

조흥칼럼 / 1991년 3월 20일 / 대표이사 이정우

30년만에 지방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의 살림을 우리가 맡아 하게 된 것입니다. 신바람나는 정치를 하게 됐습니다. 그 동안 우리살림을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이웃사람이 와서 우리집 살림을 살았습니다. 이웃사람이 우리집에 와서 자기 마음대로 살림을 살았으니 그 살림이 알차게 될리가 있었겠습니까? 자기의 것도 아니고, 또 그 내막도 샅샅이 알 수 없는데 잘해보려고 한들 얼마나 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도덕성∙전문성을 구비해야

남의 살림을 아끼고 정성껏 규모있게 꾸려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 살림처럼 여기고 충성심과 봉사정신을 투철하게 가져도 제대로 남의 살림을 살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공명심과 기회주의적 이기심에 사로잡혀 무사안일을 꾀해온 중앙집권적 정치를 돌아볼 때 지방살림의 허상을 보는 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살림을 우리가 살게 됐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우리지역의 대표자인 지방의회의원 여러분의 면면들을 보면서 더욱 우려하는 마음이 커집니다. 정말 우리지역 살림을 맡아 잘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세상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 위에 페인트칠을 하고 다니는 세상입니다. 자기자신을 속이고 또 다른 사람을 속이는 양심없는 세상입니다. 도의(道義)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도의란 사람이 응당 행해야 할 도덕상의 의리가 아닙니까? 사람들이 이것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당신은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르는 이중인격자가 아닙니까?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낮과 밤이 다른 사람이 아닙니까? 남이 볼 때와 보지않을 때 완전히 다른 행동을 하는 위선자가 아닙니까? 지방의회의원이 되어 지역민을 위해서 일하려고 하지 않고 이권이나 챙기려는 속셈을 하고 있지나 않습니까? 지방의회의원이 큰 감투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군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나 않습니까? 그 자리는 지역민의 머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싸매주며 나의 이권이 아닌 지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혹시 당신은 졸부가 아닙니까? 졸부를 감추기 위해서 명예를 노린 것이 아닙니까? 위명(僞名)은 사람을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망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능력과 신분에 맞지 않는 이름을 욕심내는 것은 사람을 욕되게 합니다. 돈이 지위와 명예를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더구나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명예를 이용하려 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자리를 떠나십시오. 당신의 욕심이 당신의 목을 조르기 전에 당신은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혹시 당신은 무능력자가 아닙니까? 어떤 분야에서 지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작은 기업을 제대로 운영하려 해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지역민의 대표로서 지역살림을 맡은 사람이 전문성이 없으면 주먹구구식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나 지방의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당선만 되면 의원자격이 확보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지고 나선다」는 속담을 굳이 들먹이고 싶지 않습니다. 남이 간다고 해서 따라가는 것도 주견없는 일이지만 남이 한다고 해서 그대로 따라할 수도 없거니와 따라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남들이 의원후보로 나서고, 의원이 되는데 난들 못할 게 뭐냐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의원에게는 의원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전문성이 절대요건 입니다. 당신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습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부터라도 도덕성을 회복하고 전문성을 확립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안될 것도 없습니다. 그럴 자신이 있다면 소신껏 밀고 나가기 바랍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정치불신을 잘 아시지요? 제발 정치인들의 못된 것은 닮지 마십시오. 기성정치인들의 폐습을 지방정치에 끌여 들였다가는 나라를 망치고 맙니다.
깨끗해야 합니다. 정직해야 합니다. 성실해야 합니다. 지역민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전문적이고 실천적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를 묻지 않겠습니다. 신명나는 정치를 한번 해봅시다. 모두가 덩실덩실 춤을 출 수 있는 정치를 구경이라도 해보게 정치다운 정치를 해보십시오.
지방의회의원님들, 정말 잘 할 자신 있습니까? 한번 믿어 보겠습니다. 당신이 우리 지역민의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 주시고 숙원을 이뤄주십시오. 일꾼다운 일꾼, 대표다운 대표가 되어 주십시오. 정말 눈 딱 감고 한번 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의심하지 않고 확실하게 믿겠습니다.